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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9 09:48, 생각하기..
지난 2007년에는 블로그에 많은 글을 올리지 못했다.
그동안 총 8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중 1개는 TV에서 광고로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는 그 프로젝트를 끝내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말이 있다. 작년 연초에 같이 시작했던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서 그래도 연말에 성공적으로 끝난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만하다.

임신한 아내와 함께 10달 동안 내 뱃속에서 잉태한 아기처럼, 기쁘고 두렵기만 했던 프로젝트의 시작은 수많은 입덧과 유산의 위험에 시달려야 했다. 태어나기까지 수없이 많은 산고를 겪고 탄생한 결과물은 나를 탈진에 이르게 하면서도 가슴 뛰게 기쁘게 하는 에너지이다.

지난 프로젝트의 수행과정을 모두 블로그에 기록하려했으나, 그동안은 한치의 여유도 없이 달려야 하는 시기였다. 어설프게 흉내내려 했던 것들, 나름대로 깊이있는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 연초에 품었던 거대한 웅비는 많은 시련 속에서 점점 깍이고 작아져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애초에 품었던 투박한 나무토막 같았던 나의 도전은 타인과 싸우고, 타인에게 배우면서 제법 생각지도 못한 근사한 조각품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이다.

2007년에는 '자만'으로 시작해서 '겸손'으로 끝났다. 나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었고, 우리 회사가 그래도 엉뚱한 사람들을 뽑는 회사는 아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블로그를 만든 초창기에는 내가 아는 것을 어떻게든 남에게 뽐내고 싶었고, 드러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내가 알았던 것은 미미했으며, 1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그렇다. 그럼에도 다행인 것은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사람들과 말하는 것이 피곤하고, 사람들이 정치적이라고 매도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주의는 철저히 경험에 의해 생겨난 것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위험은 프로젝트 내부 인원이 아닌 프로젝트 외부 인원에 의해 발생했고, 그들은 그러한 위험을 감지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프로젝트가 엔지니어들의 순수한 열정으로만 완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8개의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우물 나라에 사는 많은 엔지니어들을 만나야 했다. 그들은 수년간 자신들이 사는 우물 안에서 가장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안전하게 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우물 밖으로 인도하여 다른 우물 나라 사람들과 협력하여 살아보자고 선동하는 일을 하였다. 우물 밖의 세상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선전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장기간 살면서 그들이 구축했던 것들이 모두 원시적이거나 쓸모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때로는 너무나 기발하고 멋진 아이디어들도 많았다. 일정한 자리없이 나는 떠돌이 신세로 1년을 살았지만 그들에게서 매우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나는 소프트웨어 아키텍트를 꿈꾼다. 나는 UML도 열심히 익히고, 설계자가 되기 위해 여러 서적도 꾸준히 탐독해 왔다. 나는 요구사항을 보면 그로부터 설계도 자연스레 도출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설계란 절대로 상향식이 아닌 하향식으로 나오는 것이며, 설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모든 우물 나라의 방식을 수용할 수 있어야 했으며, 그들을 융합시킬 수도 있어야 했고, 그들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아키텍트는 책상 머리에서 책이나 뒤져파며, 어떤 패턴을 쓸까를 고집하는 자리가 아니라 철저히 문제를 조사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해결사의 역할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단숨에 훌륭한 아키텍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시에 많은 문제를 몸소 겪고, 다소 황당할 것 같은 모험적인 프로젝트에 뛰어들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위험 없이는 성과도 없다". 엔지니어도 마찬가지다. 우물은 달지만, 언젠가는 마른다. 나는 그들을 우물 나라 사람들이라 불렀지만, 정작 내 자신은 우물 축에도 못끼는 웅덩이 속에 살았던 것만 같다. 마르지 않는 샘은 없다. 훌륭한 아키텍트는 마르지 않는 샘을 찾아 정착하는 것이 아닌, 언제나 새로운 샘을 찾는 길임을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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